친권력 사장이 YTN을 무너뜨리고 있다
김백 사장이 확대 간부 회의에서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를 향해 험한 말을 쏟아냈다. 메일센터 공지글에는 점잖게 포장됐지만, “파렴치한 해사 행위”, “내란과 외환의 죄” 등 무시무시한 표현이 적지 않다. 기획조정실은 ‘억지와 괴담’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면서도, YTN지부의 지난달 29일 기자회견 내용을 장황한 글로 반박했다.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은 사법부가 이미 네 차례나 지적했고, YTN 매각을 승인한 방통위 심사 과정에서는 졸속과 날치기의 증거가 넘친다. 기자회견은 이 같은 내용을 새로운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설명한 것이다. 민영화됐으니 민영화에 반대하면 해사 행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꾸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지만, 몇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 8명 중 6명이 자문 과정에서 사장추천위원회 등의 기존 제도 존중을 당부했다. 앞서 유경선 회장은 지난해 11월 24일 방통위에서 YTN 노사가 맺은 사추위 등의 단체협약에 대해 ‘YTN 구성원들과의 좋은 협약’이라고 평가했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답변이라 별 의미 없다는 사측의 해명은 최대주주의 발언을 거짓말로 치부하는 것이다. 방통위 심사가 졸속이었다고 인정하는 셈이기도 하다. 그리고 만약, 사추위가 가동됐다면, 유튜브 활동하면서 친권력적인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람은 사장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사측이 말하는 해사 행위는 정작 사측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지난 7월 6일 방송사고가 터졌다. 2초간 MC 무음, 4초간 좌상단 이외 블랙. 채널본부장이 본방송에 나간다며 해당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사도 징계도 없이 덮었다. 불과 얼마전 오보에 속보 대응까지 따져 책임을 묻겠다는 서슬퍼런 사측이다. 사내에는 이른바 ‘내 편’이어서 봐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사실이라면 해사 행위다. 방송사고를 무마해 신상필벌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어디 이뿐인가. 말 안 듣는다고 찍힌 디지털뉴스팀 16명 전원을 중징계하는 무리수로, '김백 체제'는 YTN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외부 세력’을 동원해 회사를 흔든 건, 조합이 아니라 현 경영진이다. 대표적인 것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사주 사건이다. 류희림 위원장 가족까지 동원된 조직적인 범죄 행위에 사측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사실은 언론 보도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졌다. 회사를 처벌해 달라고 민원 넣어 제재받게 만든 직원들이 버젓이 경영진 자리에 올라와 있다. 이건 김백 사장이 말한 ‘내란과 외환의 죄’와 무엇이 다른가?
사측은 아직도 ‘노영방송’ 타령 그칠 줄 모른다. 현재 YTN 간부의 절대 다수가 방송노조 조합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YTN은 ‘노영방송’ 아닌가? 김백 사장은 SBS가 공정한지, MBC가 공정한지도 물었다. 아마도 SBS를 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본데, 각종 신뢰도 조사에서 1위는 MBC다. 여론과 괴리돼 정권에 대한 비판 보도를 불공정으로 여기는 사장의 인식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사장의 노골적인 정파성이 사내 분위기를 옭아매면서 YTN을 무너뜨리고 있다. 사내 권력 운운하는데 조합은 그런 것에 관심 없다. 언론장악의 외주화나 다름없는 YTN 강제 매각의 진실을 밝히고, YTN을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뢰도 1위 언론사로 만들고 싶을 뿐이다.
2024년 9월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
Commentaires